관리자들 - 이혁진 작가님
- 이혁진 작가님의 '관리자들', 오늘의 젊은작가 서른 두번째 이야기.
1.
사놓고 얼마나 되었을까, 읽지 않은 책이 쌓여만 갈 때 즈음 23년을 맞이했다. 나는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그 중에 매년 똑같은 항목이 있는데,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기이다. 작년에는 다른 목표를 우선하면서 등한시했지만, 이 책이 첫 걸음이길 바라며 읽어나갔다. 책은 관리자의 위치에서 보는 것이 아닌 관리자란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구나 싶은 관점에서 쓰여져 있었다.
p.20
관계가 대등하지 않으면 거래도 공정할 수 없다. 우위에 선 쪽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누구인가싶은 구성이다. 중심이 된다고 여겨지는 인물들은 있으나, 주인공이라고 칭할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그 관리자들에게 조종당하는 개미인 것 같았다. 누구보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되 업무로만 판단하려고 하는 목씨, 가족을 위해 공사현장까지 찾게 된 선길씨 그리고 굴착기를 운전하는 현경씨.
공사현장은 소장의 책략으로 공공의 적인 '멧돼지'를 노리고 있다. 단순한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나, 눈엣가시로 여기는 선길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멧돼지'를 변명삼아 현장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아끼는 등 갖은 이익을 챙겼다. 팀장들 역시 본인의 이익을 챙기는 선에서, 소장의 책략속에서 장기말로 존재했고, 팀장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마치 진짜 관리자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소장이라는 것 처럼 오히려 닮아가려는 듯 했다. 이러한 모습은 소장과 함께 회사에 편에있는 한대리 역시 그러했다.
p.27
서로 절박했지만, 절박하기만 했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절박해지고 감정을 드러낼수록 그럴 여지도 여유도 없어졌다.
지치는 현장조건과 정신적 피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절박한 감정만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소장의 방법은 단순했다.
2.
p.36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렵고, 타인에게 무심한 것은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경은 무심했고, 공사현장 그 누구도 선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선길에 대한 무관심은 하나의 사건이 실마리가 되어 풀려나갔다. 사건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죽은 돼지를 몰래 들여와 선심쓰듯 한 회식 때문이었고, 이를 눈치챈 목씨 그리고 현경이 멧돼지를 막기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치하겠다고 움직이니, 소장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조치 때문에 선길도 초췌해지는 야간 보초에서부터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가 되었다. 선길은 머리를 숙였고, 목씨와 다른 모두에게 일을 배우기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부당한 일에도 머리를 숙여 무시당하는 듯 했으나, 그런 일들은 공사현장에서 으레 있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길이 업무에 복귀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가니 일정에 맞추기위한 무리한 업무는 계속 되었다.
p.94
역시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갈라 세우고 갈라 세우고 오로지 어떻게든 갈라 세우는 일이었다.
사고는 불현듯 찾아왔다. 무리한 일정은 스트레스가 되어,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안전에 필요한 과정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자가 모두가 될 수 있는 그런 사고였다. 선길은 그렇게 죽었다.
p.111
턱이 떨려왔다. 가슴이 조여오고, 울음이 아니라 통증이 배 속 깊은 곳에서 차올랐다.
사고 속에서 산 사람은 죄가 없다고 했던가,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잘못은 없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사고였기 때문에, 안전에 필요한 그 어떤것도 하지 못할정도의 무리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잘못은 없었다. 그렇지만, 사고 처리에서 선길의 잘못으로 돌린다면 그 모든것은 잘못이 되었다.
3.
p.124
결국 도덕적 우월감과 도덕적 무력감은 거울에 비치는 똑같은 허상이었다.
낙관과 공감이나, 비관과 체념이냐는 거울의 종류만 달랐을 뿐.
도덕적 무력감을 안은 남겨진 사람들이 선택에는 개인의 사정이 담겨있다. 사건을 덮으려는 사람들은 그 개인의 사정을 십분 활용하여 최소한의 피해만 갖고자한다. 마치 관리자로서 그렇게 해야한다는 당위성이 있는듯이. 그 사건사고가 관리자인 사람들이 당사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덕적 무력감속에 현경은 선택을 달리한다. 양심을 지키고자, 울음이 아닌 통증이 차오르는 그 고통속에서 벗어나고자 다른 선택을 한다. 착하다는 선택지로 무엇인가를 바란다기 보다는 그 행동이 양심의 가책을 덜어낼 수 있는 선택이 되도록.
p.155
착하다는 건 화폐였다.
당장이든 나중이든 돌아올 뭔가를 위해 지불하는.
사람들 역시 정말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4.
책을 읽고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사고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개인 사정이 뒤섞여 무엇이 올바르다고 정의하지 못할 수 있구나 싶었다. 나 역시 관리자의 위치와 비슷할 수 있기에 또, 개미라 읽컫는 직원이 될 수 있기에.
하지만, 소설속에서 소장의 선택을 존중하지는 않는다. 사고를 무마하고자 관리자의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사고의 원인이 소장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무리한 일정을 클라이언트에게 받았다면 일정을 늘리는 것이 그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부정적인 어구로 사용될 수 있는 관리자 라는 표현에 대해 고민했고, 또 역할을 생각했다. 작년에 일어났던 그 사건사고를 떠올린 것은 이 글을 쓰면서였고, 내가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정리하며 내가 관리자에게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 사고의 사후처리가 아닌, 사고 가능성을 생각하여 준비할 수 있는 위치. 젊은작가 시리즈의 다른 책들보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될 소설이지만, '관리'직무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 역시 좋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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