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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계절은 / 詩季織々 / flavors of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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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이 영화(애니메이션)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엔딩을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속한 스튜디오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이다. 미국 자본을 앞세워 일본 스튜디오에서 중국 배경의 작품을 만들고 일본어로 더빙하다니 정말 어수선하고 어이없음의 연속이다.





   총 세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된다. 동시간대에 있는 세 편의 이야기는 단 하나의 접점도 없고 공항에서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니 걱정말고 아무것도 안보셔도 된다. 아니 일단 재생중이라면 생각없이 모니터를 응시하는 정도의 시련을 겪어도 될법하다.


   첫 이야기는, "따뜻한 아침 식사 / 陽だまりの朝食" 라는 타이틀이다. 나는 이 것을 보고 이 영화는 스토리나 기타 인물, 배경보다 음식에 혼을 갈아 넣은 것은 아닐까!? 하면서 봤지만 옴니버스 형태이므로 첫 이야기로 한정된다. 후난성의 시골을 배경으로 첫 이야기의 주인공 어린시절을 함께한 국수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내용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마치 그 옛날 어린시절 보았던 은비까비의 옛날이야기 혹은 배추도사 무도사의 옛날이야기에서 아무 기억이 남지 않는 것처럼. 어린시절 즐겨먹었던, 대도시에서도 유명한 쉐프가 만들던 국수 ... 그것 다음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먹었던 똑같은 국수 .. 어른이 되어서 도시에서 먹는 국수를 시간의 순서에 맞춰 보여준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며 이미지를 봤다면 첫 이야기는 다 본 것과 같다. 그 외 별 이야기가 없다. 마지막에 성인이 되어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시골에 돌아가 다시 찾은 두 번째 가게가 이 첫 이야기의 마지막이다.





2


   첫 이야기의 실망감을 넘어 두 번째 이야기에 진입하고 있다면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먼저 자신을 칭찬해도 좋다. 두 번째 이야기 "작은 패션쇼 / 小さなファッションショー"는 자매 중 언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제목에서 보이듯 패션과 관련되어 있는데, 언니는 패션모델이고 동생은 디자인 학교를 다니는 듯 싶다.


   언니는 패션모델 중 정상에 있지만, 하루씩 먹어가는 나이와 함께 후배에게 밀려가고 있는 입장이다. 사실 여기서 나오는 후배는 투니버스에 방송했던 캐릭캐릭 체인지 느낌이다. 아마 모자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자를 쓰고 나온다. 별거 안하지만 재수없는 느낌을 주고자 한 것 같다.





   동생에게 언니는 다른 세상의 사람같았다. 부모를 잃고 서로 떨어져 지내다 동생을 책임진다는 언니의 고군분투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마지막에 병들어가는 역할이 있을 뿐이다. 동생이 어렸을 시절에는 언니의 도움이 절실했을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성장기가 있으니까 결국 똑같이 성인이 된다는 점을 언니는 간과한 것 같다.


   동생에게는 존경받을 수 있는 언니로, 모델일은 최정상의 위치로 중압감을 받고 있다. 존경과 부양은 철저히 다르다는 것을 아직 배우지 못했는지, 동생을 부양한다는 것에 취해있다. 역시 이러한 내용에는 빠질 수 없는 "내가 널 부양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따위의 대사도 나온다 정말 어처구니 없음이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패션위크 런웨이에서 쓰러지는 언니는 복귀를 두려워한다. 정상에 있었지만, 대체할 사람은 넘쳐나는 세계니까 자신의 존재 의의를 모를 수 있겠지. 그치만 결과는 동생과의 큰 싸움. 언니가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정리해갈 때 동생은 나오지 않는다. 동생은 틈틈히 만든 옷으로 작은 패션쇼를 준비하고, 언니의 매니저가 부른 사람들 앞에서 언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부양자라는 위치에 취해버린 언니, 위치에 욕심이 많은 언니와 묵묵히 일하는 동생이 나오는 틀에박힌 이야기에 불과하다.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정도의 내용이니 시간을 죽이듯 보면 되겠다.





3


   마지막 이야기는 세 친구 아니 그 중 두 친구의 교환일기(테이프)와 관련된 이야기다. 2008년 이사하는 주인공의 짐속에서 나오는 테이프를 통해서 과거로 이어진다. 하지만 난 여기서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왜 이사가는 짐 속에서 찾은 테이프를 처음보는 것인가 .. 이사할때 짐을 새로 챙기는 것이 보통 아닌가 궁금하지만 이야기 진행이 안되니까 넘어간다.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 "상하이의 사랑 / 上海恋" 어린시절 이루어지지 않는 첫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주인공의 어린시절 함께 노는 세 명의 친구들 중에 홍일점 샤오유와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야기.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다. 주인공이 살고있는 지역은 미로같은 느낌의 동네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치기 쉽다. 그리고 역시나 그것에 칠칠치 못하게 다친 샤오유는 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수업내용을 녹음해주는 주인공이 있다. 아니 근데, 녹음하는데 사설은 왜 넣어서 수업중에 혼나는 것일까 어차피 수업만 녹음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텐데 ...


   수업을 녹음해 준 테이프를 계기로 서로의 교환이 시작된다. 다들 어린시절 친구와 교환일기의 추억 하나쯤은 있잖아요!? 주인공 역시 샤오유랑 교환일기에 버금가는 교환녹음이 시작되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하지 못했던 얼빠진 이야기 그리고 서로의 호감을 확인하는 매체가 되어 추억을 미화시켜 준다.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매개체로 남는다.


   샤오유는 부모님의 의지로 먼 학교의 입학시험을 보기로 결정한다. 물론, 테이프에 가기 싫다는 내용을 담지만 주인공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배신감에 끝까지 듣지 못한다. 아니 한국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끝까지 들어야 오해가 생기지 않으니 끝까지 듣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주인공은 샤오유를 따라 시험을 준비하고 (츤데레임이 틀림없다.), 서로 엇갈리는 결과를 마주한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도 모른채 먼 학교로 떠나가는 주인공을 바라만 보는 샤오유의 마음이 벌써 찢어지는 느낌이다. 아니지, 테이프에 말했는데 멋대로 시험본 주인공이 나쁜놈이다.





   떠나는 장면 단 하나 보여주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 벌써 대학생이 됐다. 대학생이 되어 집에 온 주인공과 샤오유의 재회를 보여주지만 오랜만에 봤는데도 툴툴대는 것이 남주의 빻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샤오유는 어서 미련을 버리고 다른남자를 찾는 것이 이득일 것이지만 역시 이런 드라마에서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마지막에 안녕이라는 말 밖에 하지 않고 헤어진다. 답답하다고 여기서 포기한다면 여태까지의 한시간이 길바닥에 버려진 10원보다 가치가 없으니 10분만 더 참아보도록 노력하자고 자신을 달래며 봐야했다.


   2008년 그렇게 나타난 1998년의 테이프를 듣고, 재개발 된 고향에서 친구와 함께 숙박업을 하고있는 남주인공 ... 테이프 듣고 어떻게 되었는지 건축일을 그만 두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곧 끝이 나기 때문에 ... 그리고 샤오유와의 재회가 이 마지막 이야기의 엔딩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너의 이름은' 수준을 기대하고 봤다면 큰 실망만 남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스토리 버리고 배경이 너무 예쁜 그런 작화도 기대하면 안된다.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수선한 분위기, 이 시간에 편의점에서 일했다면 벌었을 7530원의 소중함 그리고 없다. 짧은 시간으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구멍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정말 구멍 투성이에 옛 스러운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시간이 아깝다면 괜히 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기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와 다른 것은 무려 쿠키영상이 있다는 사실이므로 시간이 좀 더 아깝지 않다면 쿠키영상까지 챙겨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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